환경

세계 기아 현황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기여

razyriver 2025. 8. 25. 13:28
the world's hunger problem
starving child

 

1. 숫자로 보는 2025년의 ‘배고픔’

 

만성적 기아(undernourishment) :

유엔 식량안보 보고서(SOFI 2025)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억 38만~7억 2천만 명, 추정치 중앙값 6억 7,300만 명이 만성적 기아 상태였습니다. 이는 2022·2023년 정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높은 식품 물가와 구매력 약화가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급성 식량위기(IPC Phase 3+ 이상) :

「세계 식량위기 보고서 2025(GRFC)」는 2024년에 53개국 2억 9,500만 명이 위기·긴급·재난 수준의 급성 식량불안을 겪었다고 집계합니다. 이는 2023년보다 1,370만 명 증가한 수치로, 6년 연속 악화입니다.


국지적 ‘기근(famine)’ 선언 :

2025년 8월, 가자지구에서 공식 기근이 선언됐습니다. IPC 기준 충족(극단적 식량 접근 불능, 심각한 아동 영양실조, 기아성 사망)으로 약 51만 명이 기근 조건에 9월 말엔 64만 명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장기적 영양결핍(만성 기아)은 완만한 개선 조짐이 있으나 분쟁·재난 지역의 급성 위기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적 총량”이 좋아져 보여도, 국지적 재난이 심화되는 양극화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2. 악화의 원인 

 

2-1. 분쟁과 봉쇄

무력충돌은 농업 생산·유통·원조 접근을 동시에 무너뜨립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흑해 수출 통로를 막아 세계 곡물·비료 시장을 뒤흔들었고 러시아의 협정 이탈(2023.7) 이후 가격 불안이 재연되었습니다. EU의 ‘솔리더리티 레인’과 한때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가 완충했지만 전반적 공급 안정성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2025년 가자지구의 기근 선언은 원조 접근 제한과 전투의 장기화가 인위적 재난을 어떻게 낳는지 보여줍니다.

2-2. 기후 충격(엘니뇨/라니냐, 극한 기상)

2023–24 엘니뇨는 가뭄·홍수·폭염을 키워 6천만 명 이상의 식량불안을 악화시켰고 남부 아프리카 다수 국가는 작황 붕괴와 비상사태를 겪었습니다. 2025년 초까지 이어진 열대저기압과 강우 편차도 생산·물가에 추가 충격을 줬습니다.

2-3. 물가와 구매력의 문제

FAO 식품가격지수(FFPI)는 2025년 7월 130.1로 2년래 최고치(’23.2 이후)를 재경신했습니다. 곡물·설탕은 하락했지만 육류·식용유 급등이 전체를 끌어올렸고 2022년 전쟁 직후의 역사적 고점보다는 낮지만 소비자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취약국 가구의 건강한 식단 비용은 2024년 평균 PPP 4.46달러/인/일까지 올라 접근성을 떨어뜨립니다.

2-4. 시스템 낭비(식량 손실·폐기)

한편 소비자 수준에서만 2022년에 식품 10억 톤(19%)이 버려졌고 그중 60%는 가정에서 발생했습니다. 하루 10억 끼니에 해당하는 규모로 온실가스의 8~10%를 유발하는 ‘보이지 않는 위기’입니다. 공급망 단계의 ‘손실(13%)’까지 포함하면 낭비는 더욱 큽니다.

 

3. 지역별 단면: 어디가, 어떻게 취약한가

 

아프리카 사헬·혼(Horn)·남부 :

기후충격(가뭄)과 분쟁의 중첩. 2024년 작황 붕괴와 가축 피해로 생계형 농가의 소득·식량 접근이 급락.

 

중동·북아프리카 :

가자지구의 기근 선언, 예멘·수단의 장기화된 위기. 수단의 경우 캠프 단위 기근 확인 소식까지 이어졌습니다.

 

남아시아·동남아 :

엘니뇨 영향으로 일부 곡물(쌀·옥수수) 생산 차질, 수출 규제→수입국 물가 압박.

 

유라시아(우크라이나/흑해권) :

전쟁 장기화로 물류 루트 재편(해상·철도·내륙 운송 다변화)과 가격 변동성 상시화.

 

4. 시장은 안정되나? “가격”과 “접근성”은 다른 문제

 

2025년 들어 일부 곡물 지수는 하락세이나 육류·식용유 상승이 이를 상쇄하고 있고 무엇보다 저소득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회복이 더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소득 대비 식품비 비중이 높은 국가·가정에서 ‘건강한 식단’ 접근성이 후퇴하면서 단백질·미량영양소 결핍이 장기적 건강·학습결손으로 연결됩니다.

 

5. 무엇을 할 것인가: 다층 해법

 

5-1. 현장(긴급구호)에서

현금이전(CBT)·바우처 확대 :

가격·취향·영양을 고려한 시장기반 지원은 물류가 막히지 않는 한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WFP는 2025년 9,800만 명 지원 계획을 공개했지만, 연말까지 57억 달러의 재원이 필요합니다.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 :

분쟁지역(가자·수단·예멘 등) 원조 통로 확보는 생존선입니다. IPC·WHO가 경고하듯 접근 제한은 기근의 촉발 요인입니다.

5-2. 복원력(Resilience) 구축

 

기후 적응 농업 :

가뭄·염해·고온에 강한 품종, 보전농업(토양수분 유지), 물 절약형 관개(점적·스마트 관개). 

기상·시장 정보 서비스: 조기경보(EWS), 파종·수확 의사결정 지원으로 충격 전 피해감소(anticipatory action).

영양 중심 프로그램 :

임산부·영유아 대상 강화식품·미량영양소 보충, 학교급식은 단기 구호와 장기 인적자본을 잇는 가성비 높은 투자입니다. (SOFI가 강조하는 ‘건강한 식단 비용’ 하락이 핵심.)

5-3. 시장·무역 시스템

 

수출 제한 최소화·투명한 비축 정책 :

공포 심리에 따른 수출금지–사재기–가격 급등의 악순환을 막아야 합니다.

 

해상·내륙 루트 다변화 :

흑해·홍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체 회랑 유지가 가격 안정의 관건입니다.

5-4. 식량 손실·폐기(FLW) 절감

가정·외식·유통 단계의 폐기가 연간 10억 톤(소비자 식품의 19%). 국가·도시 차원의 측정–공개–목표 설정(‘절반 감축’)이 필요합니다. 폐기물 감축은 온실가스 8~10% 절감과도 직결됩니다.

 

6. 개인·기업·정부: 무엇을 “지금”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액션 체크리스트

  • 식품 폐기 30% 줄이기 : 식단 계획–소분 보관–냉동·리메이크(남은 음식 레시피)–유통기한 임박 제품 구매. 한 가정의 작은 변화가, 전 세계 ‘10억 끼니’ 낭비를 줄입니다.
  • 현금 기부 우선 : 가시성이 높은 현물보다 현금·바우처가 현지 시장을 살리고 배송비를 줄입니다. (WFP 등 주요 기구에 정기 소액 후원)
  • 공정무역·영양 강화식품 선택 : 생산자 소득과 취약계층 영양에 동시 기여.
  • 정책 지지·캠페인 참여 : 학교급식·영양보충·기후적응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시민 행동이 실제 예산을 움직입니다.

 

기업(특히 F&B·리테일·물류)

  • 공급망 FLW 데이터 공개 및 목표 기반 감축(예: 2030 절반) → 비용·탄소 동시 절감.
  • 소비기한·표시 개선·동적 가격으로 폐기 저감, 잉여 식품의 리디스트리뷰션(푸드뱅크) 체계화.
  • 소농 파트너십 : 날씨·가격 보험, 선구매 계약으로 생계 안정 + 원료 안정의 ‘윈–윈’.

 

정부·지자체

  • 사회보호(현금/현물/바우처)와 학교급식 확대 : 경기·물가 충격 시 ‘자동 안정장치’ 역할.
  • 무역투명성·재고공개·수출규제 최소화 : 가격 급등의 2차 파장을 완화.
  • 기후적응 인프라(관개·저수·창고·냉장물류)와 조기경보 시스템 : 피해를 사전에 줄이는 투자.

 

7. 미래 시나리오: ‘가격 안정’만으론 부족하다

2025년 중반 이후 곡물 지수가 다소 누그러져도 육류·식용유·가공식품의 높은 가격과 소득 침체가 겹치면 취약가구의 식단 질 악화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극한 기상이 빈발해 가격 스파이크가 더 잦아질 전망입니다. 결국 관건은 “충격에 강한 시스템”—즉, 다변화된 무역·적응형 농업·낭비 감축·사회보호망의 결합입니다.

 

거대한 문제, 작지만 실질적인 해법

세계는 동시에 만성 기아를 낮추고 급성 위기를 막아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분쟁·기후·물가·낭비가 얽힌 초복합 위기 속에서 한 사람의 한 끼, 한 기업의 한 박스, 한 정부의 한 조항이 모여 구조를 바꿉니다.
오늘 장바구니에서 “필요한 만큼만” 고르고 한 달에 한 번 소액 정기 기부를 시작하고 직장에서 폐기 데이터 공개를 제안해 보세요. 기근은 뉴스가 아니라 우리가 멈출 수 있는 사건입니다.